Jinho

조지아(그루지야) 여행 D+10 : 갑작스런 므츠케타(Mtskheta) (7/2)

2016. 7. 15. 19:31

어제의 고단했던 일정 덕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오늘은 휴식의 시간을 가지려한다.

일어나자마자 숙취기운도 돌고 말이지 ㅎ

아무래도 해장이 필요하겠다 싶은 느낌적 느낌.


그래서 부스럭부스럭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제 들어와서 샤워하고 잤으니... 싶어서;;; 씻지도 않고 그냥 대충 물만 뿌리고 거리로 나섰음.



사실 몸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가 조지안투어의 니나에게 전화가 오기도 해서였다.

어제 대신 내줬던 패러글라이딩 비용을 줘야했기 때문.

은행에서 돈을 뽑아서 패러글라이딩비를 전해주고 이와 더불어 시그나기 여행도 예약했다.

투어에 맛들인거 같아... ㅎㅎ



이렇게 해장도 하고 하면서 어제 함께한 이들과 사진도 나누고...



던킨의 시원한 에어컨 앞에서 이렇게 잘 쉬고 있는데 레반에게서 페북으로 메시지가 옴.

오늘은 뭐하냐길래 그냥 쉬엄쉬엄 이렇게 놀거라고 했더니 나오라고 함;;;

으음... 나 오늘은... 좀 쉬고싶은데... 해장도 방금 했는데... 씻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자기가 오늘밖에 여유가 없다며 지금 이쪽으로 올테니 기다리라고;;;

어디를 갈거냐고 물어보니 므츠케타를 가려 한다고. 여기는 후다닥 보고올 수 있으니 나오라고...

이렇게까지 나오면 음... 그래 갈 수 밖에 없지 ㅠ 흑흑... 

와우 므츠케타를 이렇게 쉽게 다녀오는구나 야호~~



던킨 앞에서 대기하다가 레반 차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이동.

바투미를 다녀올때도, 카즈베기로 이동할때도 저으기 언덕배기에 고독하게 서있는 사원을 발견했었는데

아! 그곳이 바로 이곳이었군!


이렇게 올라오는 길이 따로 있었구나...


이곳은 Jvari



저 고속도로로 이동할때 봤던 것이었어 ㅎ


아라그비강이 쿠라강으로 합류되는 지점.


토요일인지라 가족단위 구성원들이 많이 보였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 봤음.


오래된 사원의 위엄


종교가 다르더라도 이런 오랜 역사를 품은 사원에서는 알 수 없는 경건함이 느껴진다.


사원 밖으로 나와서 레반 부부와 함께 찰칵.




저곳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인 므츠케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 본격적으로 우리의 목적지로 이동.


주차장에서 보니 저으기 방금 다녀온 즈바리가 보인다.


들어서자마자 내가 물어본게 우리... 테마파크 들어가는거니? 그냥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인데 이렇다. 우와... 이건 뭐지? 싶었던.


레반 말로는 원래 이런 스타일의 동네는 아니었는데 근간에 사원 근처를 이렇게 꾸며놓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테마파크는 아니되 테마를 잡고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공간임은 맞다는것.




아기자기한 동네를 지나...


이곳은 Svetitskhoveli Cathedral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포스






레반 부부와 이 벽화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원래 조지아 사원들 내부는 이렇게 벽화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외세의 침입과 소련의 종교탄압까지 이어지면서 자연적으로, 그리고 인위적으로 벽화들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벽화들을 보면서 느낀건데 확실히 우리나라 천주교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특히 이쪽 지역은 러시아 정교회로 알고 있었는데 조지아 정교회로 별도로 불려야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차츰 알아가던 시점.




예를들어 저으기 창틀 위에 있는 문양은 망치를 쥐고있는 주먹인데, 저것이 조지아 왕실의 인증 문양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건물 KS마크인 셈. 국가적으로도 종교적 건축물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었다고. 단적인 예로 성곽과 사원이 언제나 함께 존재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이 창틀 아래 문양은 당시 조지아 왕을 상징하는 문양. 정교가 분리되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레반 말로는 이것이 진정한 므츠케타의 거리라고 ㅎㅎ


나에겐 오히려 이런 거리가 더 좋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한 식당 앞에 도착.




이곳은 레반과 그의 아내 Shorena가 어린 시절부터 온 가족이 교회를 다녀오면서 들렀던 식당이라고. 그야말로 그들의 인생과 역사가 뚝뚝 묻어있는 그런 공간.


쇼리나 말에 따르면 전형적인 조지아 농부의 식탁이라고. 콩으로 만든 스프에 딱딱한 빵을 부숴서 넣은 다음 촉촉하게 만든 후 수저로 후르륵 먹는 방식이다. 샐러드와 치즈, 절인 고추는 반찬 역할을 하는 것.


솔직히 엄청 맛있다...라는 느낌은 없었지만 그야말로 감동의 테이블이다.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그들의 삶이자 역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느낌. 그래서 매우 각별하게 남아있다.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게 아니라는걸 다시 한번 느꼈던...


그리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둘러봤던 사원을 바탕으로 종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레반은 무신론자에 가까운 반면 쇼리나는 독실한 조지아 정교회 신자였다.)

쇼리나가 어제 발표했던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PT에 대한 이야기도,

EU와 러시아 등과의 국제관계, 조지아의 정책변화와 경제상황,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의 실질적인 차이 등...


사실 조지아나 한국이나 서로 잘 모르는 나라이지않나...

그래서 서로서로 궁금하게 참 많았던거 같다.


예를들어

조지아 독립 초창기부터 기아가 조지아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생소했고

(당시 조지아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기에 그래서 꽤 고마워하더란;;)

기아가 현대에 인수되서 지금은 사실상 같은 회사라는 이야기는 레반네에게 생소했다.

삼성 같은 대기업에 대한 나의 인식과 레반이 바라보는 시각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뭐랄까... 개발도상국으로서 도약하고싶은 욕망이 꿈틀대는게 보였다랄까...

과거 우리 부모세대가 가지고있던 정서를 이들에게서 발견하는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대화는 너무나 즐거웠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먼 나라에 와서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될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어제 카즈베기의 여독을 여유롭게 풀어내려던 D+10은

이렇게 따뜻하고 기분좋은 방해로 제대로 실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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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onji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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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소회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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