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ho

문득 밤샘

2019. 2. 21. 06:22

1.

위로의 회식이 언제쯤 끝날까 싶을무렵

익숙한 목소리가 낯선 취기와 함께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흐느낌이 이어진다.

보고싶다는 말이 들려오자마자 한달음에 뛰쳐나갔다.



2.

추우니 어디에든 들어가있으라고 했건만

끝끝내 밖에 있겠다며 고집이다.

그리고 잠시 뜸하다가도 이내 다시 훌쩍임이 반복한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온장고 음료 2개를 사들고 뛰었다.



3.

아파트 단지 초입에 서럽게 웅크린 하얀 형체가 있다.

네가 이렇게 작았었나.

울음과 함께 들썩이는 어깨와 등이 유독 추워보였다.

온기가 아직 남은 유리병을 쥐어주고 토닥인다.

숨을 고르는 눈물자욱이 가슴을 적신다.



4.

동료 의사들과는 애써 담담한척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어제 처음 만난 할아버지 환자의 임종에

이렇게 서럽게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들이켜야만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5.

네가 내 안에서 울 수 있어 다행이다.

나에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6.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밤을 지새다 아침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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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onji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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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소회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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