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ho

아날로그가든 ANALOG GARDEN : 가든브런치 Garden Brunch

2019. 1. 28. 03:37

식욕과 기호조차 디지털 신호로 자극받고 검색하는 시대에 살고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수요미식회, 배달의 민족, 다이닝코드... 배를 채우고 맛을 즐기기 위한 태초로부터의 욕망을 디바이스와 키보드 없이 충족시키기 어려운 요즘이건만 존재 자체만으로 다른 감성을 전달하는 음식을 만났다. 위치도 묘했다. 늦은 새벽에 든든한 백반이 생각나면 종종 달려가는 24시간 불백집이 있는데 그 식당의 바로 옆옆 집이다. 주로 새벽에 시전해왔던 갓길주차를 동일한 방법으로 처리하고 들어간 그 공간, 아날로그 가든이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아날로그가든은 보통의 카페나 식당 문법에서 벗어나있다는걸 알 수 있다. 한가운데 누구나 둘러앉을 수 있는 크고 넓은 테이블이 중심을 잡고있다. 한두사람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공간은 여분과 같은 주변을 조금씩 메꾸고 있을 뿐이다. 조리공간은 허리 높이의 낮은 경계로만 구분되어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조망할 수 있다. 오래된 Inkel 스피커처럼 앤틱하고 소소한 잡화들이 구석구석에 가볍지않은 무게로 배치되어있다. 심지어 어떤 소품엔 잔잔하고 꼼꼼(?)한 먼지마저 자리하고있는데 이조차 어색하지 않게 미묘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사실 브런치를 그렇게 기대하진 않았다. 보통 공간의 유니크함은 음식의 기괴한 밸런스와 연결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런데 플레이팅부터 남달랐던 가든 브런치는 기대와 상상 이상이었다. 각각의 조리된 음식들이 일정한 공간을 가지거나 레이어로 배치되는 여타의 브런치와 확연히 달랐다. 하나의 공간에 있는 음식은 하나의 음식이어야한다는 조용한 시위가 접시 위에 펼쳐지는듯 하다. 나이프로 잘리는, 포크로 고정하는 모든 음식은 그저 '가든 브런치'라는 하나의 음식이다. 부드럽고 따뜻한 식감, 재료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적절한 향신료와 소스, 이 모든 것이 첫 한 입부터 마지막까지 동일하고 균일하다. 주말 적당한 점심즈음의 음식은 이래야한다는 기분좋은 고집이 느껴진다. 


통상 생각하는 브런치가 0과1의 디지털과 비슷하다면 아날로그가든의 브런치는 말 그대로 아날로그 감성이다. 경계는 뚜렷하지않고, 구성도 명확하지 않지만[각주:1] 유연하고, 부드럽고, 무엇보다 따뜻하다. 자극적이지않은 은은한 즐거움이 식사시간 내내 이어진다. 중간에 대화가 이어져도, 향이 괜찮은 커피를 잠시 곁들여도, 서로의 음식을 나누는 과정에서도 모든 과정은 프로그래밍이 아닌 손의 감각으로 패들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느낌이다. 이 느낌 때문에 일부러 두번째 만남을 가지게 된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공간조차 다이닝코드를 통해 만났다는건 아이러니지만.



이 글을 쓰고 메타정보를 넣기위해 검색해보니 아날로그가든은 카페만 있는것이 아니었다. 뭐 그래도 이 포스트는 음식에 대한 포스트니 해당 정보를 다이렉트 링크로. 홈페이지가 존재한다. http://analoggarden.com/cafeanaloggarden



지난 용문해장국 포스트 이후 2년 넘게 음식 관련 포스트는 없었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뭐 그만큼 끄적거릴만한 영감(?)을 준 음식이 그동안 없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단순 게으름(?)일 수도 있다. 여튼 이 글은 일부러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기록한 음식 포스트. 과연 이 공간의 업데이트 주기는 어떻게 될지 ㅎ



  1. 뭐 사실 잘 모른다는 의미다. 먹을줄이나 알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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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onji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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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소회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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