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그루지야) 여행 D+1 : 도착, 그리고 시티투어
결국 한숨도 못자고 버티다가 아침이 밝았다.
9시에 오기로한 벅시 차량은 내려와보니 8:45에 이미 도착해서 집앞에 딱 대기 중 ^^;;
기사님이 손수 짐도 받아주시고 대접받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짐.
사실 조금 일찍 나온건 가스 빵빵한 라이터를 하나 사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기다리신 기사님 때문에 그냥 바로 탑승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트빌리시까지의 고난이 시작되는데...
공항에 도착하고나서야 아차... 맞다... 공항에서는 라이터를 안팔지;;;
그래서 흡연실에서 계속 라이터를 빌림.
경유하는 모스크바에서도 이렇게하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함.
비행기에 타자마자 기절.
중간에 깨워서 밥먹이길래 낙지덮밥 한그릇 먹고 기절.
비몽사몽간에 잠시 깨서 일부러 안보고있던 파파이스 최신화를 보다가 기절.
중간에 깨워서 밥먹이길래 닭고기 요리 먹고 기절.
내가 설마 마더로씨아 공항에서 엉? 담배 한대를 못펴가지고 엉? 스트레스를 받을 줄 몰랐다.
인포에 물어보면 절대 절대 네버 그런 공간은 단 한곳도 없다는 매우 경직된 대답만 돌아올 뿐...
과거 흡연실이었던걸로 예상되는 공간엔 어김없이 이런 딱지가 붙어있었다.
공항을 끝에서 끝까지 다니면서 뒤져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각이 안나와서 포기.
통유리 건물이 주는 열기와 좁고 많은 사람과 바지런하게 돌아댕긴 몸뚱이에 땀샘이 반응해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해야겠다고 마음먹음.
하... 그런데 무슨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한잔에 5천원에 육박하는 한국과 비슷한 가격이냐.
간판 좀 있는곳이라 이런건가. 이런 비싼 와중에 불친절하기 짝이 없고. 아오...
난 그저 창 밖에서 담배피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할 따름이고...
시간은 남아도니 이런거나 찍고있고...
그러다가 드디어 조지아 수도인 트빌리시로 출발
인천에서 셀프체크인할때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는 편의를 위해 가운데 두자리만 있는 좌석을 선택했지만
트빌리시로 가는 비행기는 일부러 창가 자리를 잡았다. 그냥 뭐 이 순간을 한번 담아보고 싶었음.
비행기는 국내선 사이즈. 3시간만 가면 되는거니까.
기내식이 나왔는데 그냥 샌드위치에 쥬스 한잔. 뭐... 그냥 뭐....
드디어 저으기 트빌리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밖으로 나오니 Levan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이동.
이러고 배고파서 가지고온 신라면 한봉지를 첫날 풀어냄.
여행 첫날 라면먹고 잠 ㅋㅋ
이런저런 일들을 마치고 씻은 다음 10분 전에 아파트를 나섰다.
레반을 만나기 전에 동네를 살짝 구경해보려는 심산.
모든것은 오래되고 낡았고 불편하거나 위험해 보이기도 했지만
뭔가 정겨웠다.
그래 이런 환경과 풍광을 원해서 내가 이곳에 왔지.
그 사이 레반이 도착했고 우리는 늦은 오후부터 시작되는 시티투어를 시작했다.
뭐 방식은 단순. 걷고 또 걷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레반이 자유광장에서 이 조지아상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옆에 있던 한 할아버지가 오셔서 조지아 말로 살짝 흥분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신다.
통역해준 레반에 의하면 그 말인 즉슨
"원래 여기엔 레닌 동상이 서있었지. 하지만 독립하자마자 우리가 확 넘어뜨리고 부숴버렸어!"
이 설명과 함께 독립하고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러시아로부터 농락당했던 이야기 등등...
그리고 레닌과 스탈린에 대한 이야기 등등...
(레닌에 대한 시각이 서로 좀 달라서 놀랐... 역시 당한(?) 당사자의 입장은...)
을 나누며 계속 걸었다.
이 와중에 말로만 듣던 걸인을 만났는데 와... 이게 참 곤욕이다.
아이들을 주렁주렁 달고있는 아주머니가 손을 내밀며 먼저 어택하고
이 다음이 최악인데 아이들이 한쪽 팔을 잡고 또 다른 아이는 다른 한쪽 발에 매달려버림.
겨우 떼어내고 다시 걷는데 또 아이 하나가 와서 팔에 매달리고 손등에 뽀뽀를 하고 난리도 아님.
레반이 화를내며 떼어내니 그 아이 역시 화난 표정으로 레반 등짝을 한대 후려친다;;;
정신없이 몰아친 걸인폭풍이 지나자마자 바로 지갑과 소지품 확인. 이거 살짝 무섭;;;
사실 길을 걸으면서 계속 느꼈지만
아니 저 아시아놈은 여기서 뭐하는거지? 라는 시선이 매우;; 매우 느껴짐.
여행자이거나 초행자임엔 분명해 보이니 좋은 먹잇감이었을지도...
레반 없이 혼자 다닐때 이 걸인들이 좀 걱정됨.
이 옆에는 사우나 시설들이 있었는데 이야기 하느라 사진을 안찍;;;
뭐 어차피 한번 더 방문할거니까.
설명과 대화가 끊이지를 않으니 사진 찍을때 구도잡고 하는게 쉽지 않았음.
그래서 여유있는 홀로 시티투어를 다시 한번 할 예정.
사우나 시설을 끼고 옆 골목으로 주욱 들어가는데 쫙 빼입은 선남선녀들이 커플로 이동 중.
알고보니 이들은 모두 막 결혼한 신랑신부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 온거라고 한다.
특히 다음주부터 금식기간이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3주간 결혼식을 할 수 없어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주에 막 몰아서 결혼 중이라고.
그나저나 전면 후면 카메라 화질이 이렇게 차이나서야 원...
참고로 이곳은 레반조차 몇달 전 처음 와본 곳이다.
그 전에는 폐쇄되어있는 공간이었다고.
하긴 이런 공간을 도시민들이 가만 놔둘리가 없을거 같긴 하다.
개방해줘서 나야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서도.
이 공간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인데
원래는 과거 페르시아 양식의 고전적 건물들이 가득했던 공간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소비에트에 편입되면서 이 공간을 싹 불태우고 밀어버렸다는 다소 섬뜩한 이야기.
저 술잔은 내려놓을 수 없는 술잔이다.
왜냐하면 세워놓을 수가 없거든.
그러니까?
다 마셔야지!
이때부터 레반과 서로의 나라가 술을 얼마나 무식(?)하게 술을 마시는지 배틀(?) 붙음.
조지아와 우리나라 주도가 꽤나 비슷한 부분이 많다.
수 없는 건배와 후래자 삼배주 등등 이거 꺼내면 비슷한거 나오고 저거 꺼내면 비슷한거 나오고 ㅋㅋ
이곳을 건너면 이런 풍광이 나온다.
리케공원은 그야말로 최근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원.
참고로 왼쪽에 보이는 형이상학적 건축물은
오세훈의 세빛둥둥섬과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쓰잘떼기 없는것도 똑같다.
바로 이것을 보기위해 이쪽으로 온거였다.
마침 이때가 7시 직전이었고, 레반이 다소 서두르며 움직였던게 이걸 보여주려고.
매 7시와 12시에 이걸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자리잡고있는 사람도 많았음.
맨 위에서 천사가 시간에 맞춰 종을 치고
잔잔한 오르골풍 음악이 나오면서 인간의 생로병사를 상징하는 심볼들이 천천히 흘러간다.
7시를 넘긴 시점이어서 가게들이 막 문을 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유심칩 구하느라 좀 헤맸음.
그러다가 한 노점상 같은 곳에서 구했는데 마이크로 유심칩이 아님.
가위로 조그마한 유심칩 자르느라 길거리에서 레반과 머리를 맞대고 한참 작업함 ㅋㅋ
털 숭숭난 조지아 남자 하나랑 아시아 남자 하나가 길거리에서 이러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도 막 쳐다보는 상황이 ㅎ (뭐 난 맨날 다 쳐다보더라는;;;)
먼저 유심칩을 15라리에 구매하고 폰에 끼운 다음에
ATM기에 가서 원하는 금액을 넣고 활성화 시키면 작동!
20라리에 10G 데이터 용량을 구매함. 만원 정도로 여행 끝날때까지 쏠쏠하게 써먹을듯 :)
이젠 밥을 먹어야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내일부턴 모두 내가 다 정해야하니 오늘은 레반에게 모든걸 맡기기로.
네가 좋아하는 곳으로 가자! 해서 찾아간 곳이 차쉬나기리 레스토랑.
기분좋게 걸어서 집으로~
한국에서 알아봤을땐 렌트카가 보통 하루에 6~7만원 정도였음.
그런데 레반이 4~5만원대로 하는 곳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오오... 이런 신세까지 지다니 ㅠ 호스트 참 잘 만났음. 정말.
아파트 바로 옆 가게에서 치약과 스프라이트 한병을 사고 올라옴.
수면부족 상태에서 열심히 걸어줬더니 엄청 피곤하다.
아이고 오늘 잘 자겠네~
라는 포스트를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 마실 다녀오고나서 쓰고있음.
아따 이거 정리 생각보다 빡시네;;
오늘 아침 마실 이야기로 D+2를 시작하기로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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