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K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3)
"천재 뮤지션이 등장했다!"라는 호들갑과 함께 누군가가 나타나고, 그것을 내 귀로 들어본 다음, 반응은 대체로 두가지로 나뉘게 된다. 어디서 되도않는 언플질이야? 꺼져! 라며 오히려 혐오감이 더해지거나, 귀르가즘에 헤매이며 접신하듯 영접하거나. 물론 대체로 전자가 많다. 그런데 BECK은 이 패턴에서 벗어났던 뮤지션이다. 그 순간을 되짚어보자면... 어라? 정도랄까. 정말 잘 모르겠어서 앨범을 사고 끊임없는 정주행을 시전했다. 정주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카세트테잎 시절이기도 했다. 그리고 서서히 빠져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천재임을. 음악 좀 들었다고 재고있던 고딩은 사실 천재의 영험함을 이해하기에는 미숙했던 것이다. 라고 나는 믿고있다. 왜냐하면 이런 존경심은 앨범이 나오면 나올수록 배가 되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할과 원맨밴드로서의 역량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매 앨범마다 360도 달라지는 스타일과 그것의 완성도는 매번 충격과 충격의 연속이었다.
라이브로 만난 BECK은 나이를 먹었다. 물론 Odelay를 끊임없이 돌려듣던 고딩도 나이를 먹었다. 더 이상 시대를 뒤엎을 정도의 파격적인 음악을 만들어내지 않는(?) 뮤지션과 왠만한 음악으로는 충격과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관객이 만났다. 그래도 뭐 어떤가. 과거 Odelay 앨범과 Loser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이 순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은 서글플 수 있지만 꽤 감동스러운, 그런 만남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까. 게다가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 1 라는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선사했다. 다만 언젠가 그가 부르는 Lonesome Tears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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