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san Valley Rock Festival 2017 (7/29-30)
이번 지산을 총평하자면 기가막힌 날씨와 안기가막힌 라인업. 안그래도 쾌적한 지산에서 30도 이하 온도를 대부분 유지해줬다는건 지금까지 만나볼 수 없었던 최고의 행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인업은... 역대 지산 라인업 중 최악의 부실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봉이 오랜만에 보여준 가열찬 모집 열정과 숙소 세팅의 성의로 숙소까지 잡아 관람했던 공연.
ZICO Live Set
지코는 음악보다 설현과 결별 이후 심경이 더 궁금하다.
이적
이번 지산 라인업이 여러모로 부실했던 대신 그만큼 기존에 홀대(?)했던 국내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가 올라간건 사실이다. 특히 기존 가요계에서 난다긴다 했지만 록페 공연에 최적화된 공연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중견들의 괄목할만한 발전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적이 그 중 하나. UFO로 문을 연건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객관적으로도 잘하는 뮤지션이지만 이번 공연에선 뭔가 칼을 갈고 나온듯한 느낌.
Gallant
음반으로 뿜어냈던 세련미보다는 아직 덜 다듬어지고 열정에 넘치는 가성 잘내는 소년의 느낌. 페북에는 이렇게 남겼었다. "갈란트 보다가 다시 메인스테이지로. 치명적 부비부비와 고음은 앨범으로도 충분한걸로 ㅎ 지난 내한을 못간만큼 오늘 온몸으로 느끼리라. 올만이다. 스탠딩 존에서 개기는건 ㅎ" Weight In Gold를 들었으니 충분하다 싶어 바로 메인 스테이지로.
Sigur Rós
지난 내한을 가지 못했으므로 굉장히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명불허전. 역시 그들은 자신의 음악에 어떤 무대연출을 보여줘야할지를 알고 있었다. 다만...
지나간 하릴없는 약속이 떠오르고, 그로인한 심리적인 고통이 함께했다. 아이폰 촬영 때문에 욱신거리는 팔보다 잡념으로인한 고통이 더 컸던거 같다. 쓸데없는 상상을 펼치기도 한다. 심리적인 요인이 컸을까... 먹은거라곤 맥주 3잔과 핫도그 하나였던 나에게 복통이 왔고, (성용이는 도대체 형이 뭘 먹었다고!를 일갈) 이는 공연 내내 이어졌다. 결국 공연이 끝나자마자 계곡에 토악질을 하러 달려갔다. 아직도인거냐. 멍청한 녀석...
다만 이 고통은 본의 아닌 숙면으로 이어져서 다음날 느즈막하게 일어나 오전부터 안동소주부터 달리는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김치찌개와 라면을 안주 삼았다가 9와 숫자들 공연이 아련히 들려오는 방에서 낮잠 한숨 더 자고 슬금슬금 공연을 보러 나옴.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느긋함과 여유. 나이를 먹은거지.
Radwimps
커피를 사러 뒤쪽 부스촌으로 향하다가 前前前世 Zenzenzense 가 흘러나와 잠시 뒤를 돌아봐 곡이 끝날 때까지 봤다. 너의 이름은. 은 좋은 애니메이션이지.
자우림
자우림 역시 훌륭했다. 예전 살짝 맥빠진듯한 느낌의 공연이 아니라 록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음이 보였다. 파애가 흘러나올땐 옆으로 빠져나와 담배를 한대 물지 않을 수 없었다.
혁오
이땐 떢볶이를 먹었다.
데이먼 알반 엉아는 늙었다. 하지만 그의 고릴라즈 세팅은 그야말로 치밀했고, 선구적이었으며, 성공적이었다. 겉은 노회했으나 감각은 아직 파릇파릇하던 Blur 때였다. Feel Good Inc. 를 불러주지 않은건 아쉬웠다.
The Fin.
이 파릇한 일본밴드는 옆 나라에서 열심히 공연했지만 앨범에서 느꼈던 감성이 라이브로 표현되기에는 다소 구력이 달렸다. 이때는 김치국수를 먹었다.
신세하 앤 더 타운
요즘 인디씬에서 이름을 좀 날리고있다해서 기대를 했는데 사운드는 빈약했고, 그루브는 바람빠진 풍선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중간 오디오 세팅에 에러가 있기도.
신해경
10년 넘는 록페 관람기 중 일요일 새벽에 공연을 보기위해 남아있던적은 처음이다. 그만큼 기대했고, 사실 고릴라즈 보다 더 주목하던 라인업이다. 신해경은 2000년도 고대 중앙광장 인디인디 공개방송에서의 넬 종완이 얼굴과 에피톤프로젝트의 첫 공연의 어설픔이 공존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뭔가 만들어진 모습을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뮤지션. 앞으로 쭉쭉 성장해서 정변해주길.
공연 영상은 이렇게 정리.
타임테이블은 이곳.
http://valleyrockfestival.mnet.com/2017/line_up/timetable.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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