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ho

복합적 근현대사에 대한 현실대응

2021. 8. 16. 14:22

최근들어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일부 미시적인 관점의 차이 정도로 펼쳐지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큰 맥락상의 기조와 방향성 자체를 나만의 시각으로 펼쳐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문제될 것은 없다. 100년도 안되는 사이에 엄청난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한반도를 단순 논리로 일관화 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사상과 이념 뿐 아니라 경제, 사회적 담론 등 물리적인 인간의 수명 빼고 나머지는 너무 빠르게 변했다. 일이차 방정식으로 해결될리 만무하다. 다른 어떤 때와 비교해도 이 시기에 대한 기록은 엄청난 복잡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팩트도 복잡하고 당연히 이를 바라보는 관점도 덩달아 복합적일 수 밖에 없다. 사상적, 학문적 시각의 다양성은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좋다. 이 다양성, 물론 동의한다.

 

다만, 단 한가지. 탈정치 혹은 비정치적 접근이 옳고 그래야만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세상 모든 사안은 그것을 소화하는 현시대의 정치적 판단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새로 발굴되는 고대사라 할지라도 팩트는 존재하되 그것에 대한 해석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소화'하고 '판단'하는 것이지 팩트 자체만으로 남아있는 경우는 드물다. 학술적 판단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을 누가 선제적으로 보편적이고 타당한 논증으로 해석했는가의 선점효과 정도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순수한, 그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란 허무에 가깝다. 물론 팩트와 해석은 분류해야 한다. 이것을 혼동하면 안된다. 팩트는 팩트 그대로 두되, 특정 해석을 마치 진리처럼 다루는 것은 그것 자체로 오류이며 때론 무서운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는것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목도해왔다. 따라서 어떠한 해석과 판단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터부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관점과 해석이 어떠한 현실세계의 영향 없이 순수한 진리에 가깝다는 오만과 편견일 따름이다. 가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거나 안타깝기도하고. 때론 두렵기도 하다. 파시즘과 독재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이지 않은 담론은 없다.

현실정치를 방관하거나 탈피해서는 절대 안되며, 끊임없는 담론과 담금질이 필요한 이유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터부시하는 극강의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사람이다.

 

작성자

Posted by yoonjinho

작성자 정보

개인적인 소회들을 기록합니다.

관련 글

댓글 영역

블로그